[스포츠서울] 산악인 김홍빈 대장 스포츠영웅 헌액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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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올림픽공원=김용일기자]
“(남편은) 장애인의 편견과 맞서 싸웠다. 꿋꿋이 제 할 일을 했는데 누군가에게 힘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 그 책임감을 받들겠다.”
대한민국 스포츠영웅으로 거듭난 고 김홍빈 대장의 아내 방영은 씨는 이렇게 말하며 감사의 인사를 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과 손중호 대한산악연맹 회장 등 현장에 있던 모든 이가 손뼉을 쳤다. 방 씨는 2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 뮤즈라이브에서 열린 2021 대한민국 스포츠영웅 헌액식에서 김 대장의 대리 수상자로 참석했다.
김 대장은 지난 1989년 에베레스트(8848m) 첫 원정 등반을 시작으로 전문 산악인에 입문했다. 1991년 북미 최고봉 매킨리(6194m) 등반 중 조난으로 열 손가락을 잃는 사고를 겪었으나 불굴의 의지로 재기에 성공, 1997년 유럽 엘부르즈(5642m), 2009년 남극대륙 빈슨매시프(4897m) 등 7대륙 최고봉을 완등했다. 이어 2006년 가셔브룸Ⅱ봉(8035m)부터 올해 브로드피크(8047m)까지 히말라야 8000m급 14봉을 장애인으로 세계 최초로 등정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올 7월 파키스탄령 카슈미르 북동부 카라코람산맥 제3 고봉 브로드피크 정상 등정을 마치고 하산하다가 해발 7900m 부근에서 실족, 구조 과정에서 절벽으로 추락해 실종됐다.
체육회는 지난 7일 제3차 스포츠영웅 선정위원회(위원장 김승철)를 열어 최종 후보 4명(고 김홍빈·김수녕·박항서·고 유상철)을 대상으로 심의했고, 김 대장을 올해 스포츠영웅으로 선정했다고 8일 밝힌 적이 있다. 스포츠영웅은 체육 단체와 출입 기자, 국민에게 후보자를 추천받아 심사를 거쳐 최종 후보자 4명을 정한 뒤 평가단의 업적 평가와 국민 지지도 조사 결과를 토대로 선정위가 최종 선정한다.
제공 대한체육회
이날 헌액식에서는 장애를 딛고 평생 꿈인 히말라야 14좌 완등에 성공한 과정과 더불어 브로드피크 하산 중 실족한 김 대장이 무전을 통해 “저녁부터 혼자 있어, 엄청 추워”라고 말하는 마지막 음성까지 담긴 영상물이 공개됐다. 헌액식에 참석한 이들이 모두 눈시울을 붉혔다.
이기흥 체육회장은 헌액식사에서 “장애인 최초 히말라야 14좌 완등에 성공한 김 대장은 코로나19로 지친 국민에게 큰 감동과 희망을 선사했다. 또 청소년과 소외계층에 대한 각별한 애정으로 국제교류와 봉사활동을 하며 인재 양성에 기여했다”며 “이 시대에 큰 울림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중호 산악연맹 회장은 앞서 축사를 통해 “스포츠영웅에 김 대장이 선정됐다는 소식에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서로 부둥켜 얼싸안으며 축하해야 하는데 히말라야의 별이 돼 함께하지 못하는 그를 생각하면 슬픔을 주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대장은 산에 대한 불꽃 같은 열정, 불굴의 의지로 똘똘 뭉친 산악계의 보배였다”고 추억했다.
제공 대한체육회
스포츠클라이밍 국가대표 서채현도 헌액식에 참석해 편지를 낭독했다. 그는 “도쿄올림픽을 마치고 귀국하던 날 대장의 영결식장으로 한걸음에 달려간 적이 있다. 손가락도 없이 대자연에 노출된 암빙벽에 오르고 극한의 상황을 이겨낸 시간을 경외심 외에 어떠한 것으로 표현할 수 있겠느냐”며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해 희망과 도전 정신을 품게 해주셨다”고 감사해했다.
이 회장에게 헌액패, 손 회장에게 꽃다발을 받은 방 씨는 “장애를 극복하고 14좌에 완등한 건 세계 등산사 패러다임 전환에 한몫했다. 그러나 주변인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정상인도 힘든 고산 등반을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으면서까지 해야 하느냐며 부정적이었다”며 “민폐만 끼친다는 건 장애인에 대한 대표적 편견이다. 남편은 그런 편견과 맞섰고 의지를 다양한 분야로 넓혀 사이클, 알파인 스키 선수로도 활동했다”고 말했다. 또 “누군가에게 힘이 된다는 것을 느낀 그는 사명감으로 (등반에) 임했다. 등반을 나눔의 수단으로도 생각해다. 다행히 그를 보고 희망을 품은 사람이 모여 (재단) ‘희망만들기’를 운영 중이다. 그의 뜻을 더 책임 있게 받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평전 전달식에서는 지난 2019년 스포츠영웅에 헌액된 엄홍길 대장의 평전이 나와 이재후 엄홍길휴먼재단 이사장이 대표로 참석해 받았다.
체육회는 스포츠를 통해 선수와 청소년의 롤모델이 되고, 국위를 선양해 국민에게 큰 기쁨과 희망을 안겨준 체육인을 예우하고자 2011년 스포츠영웅을 제정했다. 이전까지 스포츠영웅 수상자는 ▲ 2011년 고 손기정(육상) 고 김성집(역도) ▲ 2013년 고 서윤복(육상) ▲ 2014년 고 민관식(스포츠행정) 장창선(레슬링) ▲ 2015년 양정모(레슬링) 박신자(농구) 고 김운용(스포츠행정) ▲ 2016년 김연아(피겨스케이팅) ▲ 2017년 차범근(축구) ▲ 2018년 고 김일(프로레슬링) 김진호(양궁) ▲ 2019년 엄홍길(산악) ▲ 2020년 고 조오련(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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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sportsseoul.com/news/read/1085964?ref=daum#csidx9bd77b6c746f6489c563863d6a15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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